사회복지 인생길의 보금자리
2022년 3
차 흥 봉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는 내가 살아온 사회복지 인생길의 보금자리이다.
나는 1983년 3월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발령이 나 그 이후 25년간 봉직하고 2008년 2월 정년퇴임하였다. 40대 초반부터 60대 중반까지 몸담아온 한림대학교는 나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은 보금자리였다. 나를 받아준 곳이기도 하고, 나를 키워준 곳이기도 하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품과 같은 곳이기도 한다.
나는 1942년 일제말엽에 태어나 20세기 격변의 시대를 살아왔다. 돌이켜보면 우리 민족은 지난 20세기 격변의 시대에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 살았으며, 수많은 국민들이 빈곤과 질병의 아픔을 겪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청소년 시절 가난한 환경의 영향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빈곤과 질병 문제와 관련되는 분야를 전공하고 그 이후 지금까지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하며 살아왔다. 대학입학 때부터 계산하면 60년 간 이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해 온 셈이다.
대학을 마친 후에는 공무원이 되어 보건복지부에서 사회복지정책 분야의 일을 했다.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민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건강보험제도를 만들고 확대하는데도 심혈을 기우렸다.
그런데 1983년 나의 인생길에 큰 시련이 찾아왔다. 건강보험 통합 문제가 이슈였다. 의료보장제도의 확대를 위하여 건강보험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과 종래의 조합방식을 그대로 유지해야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었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 주무과장이었던 나는 결국 공무원 옷을 벗게 되었다. 정책논쟁에서 진 것이다.
이렇게 40대 초반에 실업자가 된 나는 전국을 주유천하하였다. 이 절박한 시절 한림대학교가 나를 붙잡아 주었다. 봉의산 자락의 사회복지학과 연구실은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쫓겨 온 자식을 보듬어 주는 어머니와 같았다.
이제 한림대학교 교수가 되어 고마운 마음으로 연구에 종사할 수 있었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가운데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정부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건강보험 통합에 대한 나의 주장이 옳으니 15년이 지난 이제 정부에 다시 들어 와서 그 통합정책을 추진하라는 명령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정부에 들어가 건강보험통합추진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보건복지부장관을 계속해서 역임하게 되었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나를 붙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를 키워준 보금자리였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정부 봉사를 마친 후 나는 다시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복귀하였다. 그간 못했던 연구에 매달리고 학생교육에 심혈을 기우리고 아동, 노인, 장애인복지 등 사회복지 실천분야에 종사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배경으로 나는 2008년 한림대학교 교수 정년퇴임 이 후에도 사회복지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봉사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 80년 인생길을 회고해보며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해 온 것에 대하여 보람을 느낀다. 청소년시절의 체험이 바탕이 되어 사회복지분야를 공부하고, 국가의 사회복지정책과정에 참여하기도 하고, 빈곤과 질병 문제, 아동, 노인, 장애인 문제 등 사회복지의 실천과제와 씨름하며 살아온 인생길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가 이곳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학생, 교수, 관련자 모두의 보금자리로 되고 보람의 터전으로 발전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